시절이 수상하여..

1.'촛불문화제'가 정치적 '집회'로 변했다. 24일 오후 9시경부터 시민들이 청와대로 가자며 도로로 나오자 경찰은 이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였다. 한국에서 야간 집회와 허가를 받지 않은 도로 점거는 명백한 불법이다. 그동안 평화적인 문화제 형식으로 이루어졌던 촛불문화제가 정치적 집회로 변하여 공권력과 충돌한 순간이었다.

경찰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차로 막는 한편 살수차를 동원하였다.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 사진에는 경찰이 시민들을 연행하고 진압하는 과정이 드러나 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방패로 찍거나 밀고, 차를 동원하여 사람들을 봉쇄하고, 여경들까지 동원하여 일부(37명)를 연행하였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 기존 '운동권'이 참여하여 세가 커지기는 했으나, 이러한 상황은 자발적인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시민들이 인터넷 동영상 중계를 보고 합류한다는 글을 올렸다. 25일 집회에서는 주최자 없이 청계광장과 시청 등지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24일과 25일 모두  광우병 대책회의 등 집회 주최측이 자정 전에 해산 통지를 했음에도 남아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운동권'의 선동이나 일부 이익집단의 조직적인 집회가 아닌,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경찰의 '과잉' 진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 게시판과 동영상, 문자를 통해 집회 상황이 중계되고 전달되면서 분노는 점차 커지고 있다.

주말에 일어난 일이라 신문 지면상에 곧바로 드러나지 않았고, TV 뉴스를 보지 못한 관계로 언론에서 어떤 식으로 보도할지 모르겠다. 수많은 중요 이슈들이 억울하게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사라지거나 희석되었다. 대학생 등록금 문제, BBK 사건, 삼성의 비자금 문제 등이 제대로 이슈화되지 못했거나 이슈가 되었어도 흐지부지된 채 사라져갔다. 언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서울 한복판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이명박 반대, 미국 쇠고기 수입금지, 언론 탄압을 소리쳐 외쳤다. 그리고 경찰과 대치하였다. 역사는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언론을 1차 사료로 볼 때, 내일이면 어렴풋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촛불집회에 나가지 못했다. 한 번도 정치적 인간으로서 투표지 한 장 이외에 정치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현대를 사는 인간으로서 나라는 개인이 역사 속에 남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수상한 시절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2. 글을 지나치게 막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료 조사도, 개요도 없이…그리고 교양도 없이. 책도 더 읽고, 신문기사도 더 꼼꼼히 읽고, 과제도 열심히 하고, 글쓰기도 더 열심히 해야지. 그리고 이런 일을 즐기면서 해야지. 지키지 못할 결심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말은 해 본다.

3. 남은 과제도 과제지만 잠이 안 온다. 경찰이 시위대에 사복 경찰을 잠입시켜 일부를 신촌 등지로 몰아넣은 후, 걸음이 느린 여성과 노인을 집중적으로 연행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폭력을 사용하여 강제로 진압하고 연행했다는 이야기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컴퓨터 소리를 꺼 놓은 상태라 비명과 고함은 들을 수 없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과제에 손도 가지 않는다. 이건 대체.. (2:22)

by 소라 | 2008/05/26 00:57 | 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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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ideyuki at 2008/05/26 12:14
아침에 일어나 어제 밤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차근히 살펴보고 있어. … 이건 '허허, 오해입니다.'라고 할 만한 상황이 아닌걸. 심야에 집회하는 거 불법 맞다는 거 정도야 이제는 온국민의 상식 같은 게 되어버렸지만 온순한 인간을 가장 혁명적인 투사로 만드는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만 같은 기분이라 마음이 편치가 않아.

포탈에 접속해 기사를 읽으면서, 사람들이 휩쓸리고 얻어맞은 데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그들을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른' 폭도로 몰고 있는 법무장관이라는 사람과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현행범으로 연행'했다는 서울시 경찰청장을 보고 지금은 80년 서울이 아니고 그 시절 광주가 아니라 시위현장이 실시간으로 웹에 뜨는 시절이라고 이야기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는달까.
386이 촛불문화제에 색깔을 입힌 건 사실이야. 이건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던 사람들에게도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겠지. 하지만 청와대 근처로는 접근조차 하지 않았고 쿄코 님 이글루에서 보니 자리조차 잡지 못한 사람들을 벽으로 몰아붙이면서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경찰도 글러먹긴 마찬가지라는 거겠지.

'현재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영상은 다 거짓말이고 그거 퍼다나르면 사법처리 할 거야.'라는 협박은 뭐 말 할 가치도 없고. … 십라,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이러나.
Commented by 소라 at 2008/05/26 22:52
다시 혁명의 시대지. 혁명을 잉태시키는 건 민중이나 부르주아지가 아니라 정권이고 구체제잖아. 이런 수상한 시절을 만드신 엠비께 감사해야지.

법무장관이나 경찰청장의 무개념은 예상했던 일이고…386들이 80년대를 떠올리는 것처럼 그네들도 시대가 변한 걸 아직 모르는 걸거야. 나도 자꾸 프랑스혁명이 생각나니까; 집회 방식이나 소통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 걸 보니 확실히 시대가 바뀐 것 같아.

엠비가 대통령 오르고 한나라당이 국회를 싹쓸이 할 때부터 막 나가리라는 건 알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흔쾌히 거리로 나설 줄은 몰랐어… 예상을 깨는 다이나믹 코리아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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